걷기, 헤매기

레지나 호세 갈린도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2003.

퍼포먼스 기록 영상,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37분 52초.
작가 제공.

〈사람들의 강〉, 2021-2022.

퍼포먼스 기록 영상,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7분 10초, 6분 41초.
작가 제공.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 2023.

퍼포먼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레지나 호세 갈린도는 폭력과 불의에 저항하는 급진적인 퍼포먼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에게 몸은 시급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다. 퍼포먼스 〈누가 흔적을 지울 수 있는가?(Who Can Erase The Traces?)〉에서 작가는 사람의 피로 가득 찬 대야를 들고 헌법재판소에서 국립문화궁전까지 걸으며 과테말라 거리에 피 묻은 발자국을 남겼다. 이 퍼포먼스는 당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저항적 의미로 수행되었다. 군사 독재 정권 시기에 일어난 피비린내 나는 폭력 사건들에 책임이 있는 독재자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Efraín Ríos Montt)가 헌법을 무시하고 대통령 선거에 재출마한 상황이었다. 작가는 잊혀서는 안 될 폭력과 희생의 역사를 가리키고자 이 발자국을 남긴다. 이 발자국은 역사적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작가 자신의 것인 동시에 그녀가 기억하는 희생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강

다른 퍼포먼스에서 레지나 호세 갈린도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사람들의 강(Rivers of People)〉은 광산 채굴, 수력발전소, 다국적 기업의 단일재배(monoculture) 등으로 인해 오염되거나 메말라버린 강이 흐르던 장소를 기억하기 위한 집단 퍼포먼스다. 강을 황폐하게 만든 산업화는 과테말라 원주민들을 동원해 자원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바, 치섹(Chisec), 엘 에스토르(El Estor), 참페리코(Champerico)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진 이 퍼포먼스에는 천 명이 넘는 지역 사회의 어린이, 청년, 성인들이 참여했다. 천진한 얼굴로 행진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생명을 위해 싸운다!” “우리는 물을 위해 싸운다!” “물은 상품이 아니다!”와 같은 슬로건을 함께 외친다. 서로의 곁에서 함께 걸을 때 목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퍼진다.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

작가가 광주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퍼포먼스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The Earth Does Not Hide The Death)〉(5월 14일(일) 진행 예정)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억을 다룬다. 12명의 참여자와 함께 작가가 아시아문화광장에 만들 화산 봉우리들은 산기슭에서 서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공식적인 수치나 통계자료에서 인정되지 않을지언정, 결코 부인될 수도 감춰질 수도 없는 희생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우리가 걸음을 내딛는 이 길 아래 존재하는, 뿌리처럼 단단한 진실을 내보인다.

쉬운 글 해설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 작가 이름 레지나 호세 갈린도
  • 만든 때 2003년
  • 작품 종류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퍼포먼스 :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을 몸으로 움직여 표현하는 예술
  • 보여주는 방식 단채널 영상**, 색깔과 소리가 있는 영상
    **단채널 영상 : 1개의 화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방식
  • 작품 길이 37분 52초

레지나 호세 갈린도 작가는 폭력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저항하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몸’을 이용할 때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가장 강하고 빠르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 7월 레지나 호세 갈린도는 퍼포먼스 작품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에서 사람의 피로 가득 찬 대야를 들고 과테말라 거리를 걸었습니다.
작가가 사는 과테말라는 오랜 시간 동안 내전*을 겪었습니다. 계속해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희생당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독재자 에프라인 리오스몬트가 과테말라를 다스릴 때에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2003년에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는 자신의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헌법***을 무시하며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에프라인 리오스몬트로가 저지른 폭력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국립문화궁전까지 걸으며 과테말라 거리에 피 묻은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이 발자국은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작가 자신의 발자국이며, 희생당한 사람들의 발자국을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내전 : 한 나라에서 서로 다른 집단끼리 싸우는 전쟁
**쿠데타 : 전쟁 등을 일으켜 정치 권력을 빼앗는 일
***헌법 : 한 나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

사람들의 강

  • 작가 이름 레지나 호세 갈린도
  • 만든 때 2021-2022년
  • 작품 종류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퍼포먼스 :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을 몸으로 움직여 표현하는 예술
  • 보여주는 방식 단채널 영상**, 색깔과 소리가 있는 영상\
    **단채널 영상 : 1개의 화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방식
  • 작품 길이 7분 10초, 6분 41초

이 퍼포먼스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진을 하며 걷는 작품입니다. 혼자 걷지 않고 함께 걸을 때, 우리는 더 힘차게 걷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과테말라에서는 경제와 사회 발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원주민*에게 노동을 시키고, 광산을 채굴**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또 수력발전소를 만들고, 거대한 기업이 들어와 아주 넓은 땅에 단 한 종류의 식물만 재배했습니다. 이런 일은 강을 오염시키고 메마르게 만듭니다.
작가는 강이 흐르던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하늘색 천을 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특히 피해가 가장 심했던 치섹, 엘 에스토르, 참페리코 등의 지역을 걸으며 “우리는 생명을 위해 싸운다!” “우리는 물을 위해 싸운다!” “물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이 행진에는 천 명이 넘는 지역사회의 어린이, 청년, 성인이 참여했습니다. 서로가 있기에, 더 즐겁고 힘차게 외칠 수 있었습니다.
*원주민 : 그 지역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
**채굴 : 땅을 파서 땅속에 묻힌 물질을 캐는 것. 땅속의 물질을 캐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은이 물을 더럽힌다.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

*망자 : 죽은 사람

  • 작가 이름 레지나 호세 갈린도
  • 만든 때 2023년
  • 작품 종류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퍼포먼스 :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을 몸으로 움직여 표현하는 예술
  • 보여주는 방식 단채널 영상**, 색깔이 있고 소리가 없는 영상
    **단채널 영상 : 1개의 화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방식

이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퍼포먼스 작품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는 작가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가는 12명의 참여자와 함께 흙을 사용해 아시아문화광장 곳곳에 화산 모양의 봉우리들을 만듭니다. 이 봉우리들은 서로 연결되어 마치 길처럼 이어집니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 작품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은 없어지거나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려고 합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 희생의 진실은 결코 잊혀지거나 감춰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걷는 이 길 아래에는 단단한 흙과 뿌리들이 있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땅 속의 흙과 뿌리처럼 단단한 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내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 대한민국 정부의 독재에 반대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시위. 시위를 막으려는 정부의 폭력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강동주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 2023.

김방주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날 까마귀가 떨어트린〉, 2023.

김재민이

〈레이온 공장 달리기〉, 2023.

량즈워+사라 웡

〈팔을 구부리고 있는 소녀〉, 2014.

〈창파오를 입고 모자를 쓴 남자〉, 2014.

〈빨간 우산을 쓴 오피스 레이디〉, 2010.

〈의자를 들고 달리는 아이〉, 2014.

〈양복 차림으로 목 뒤를 문지르고 있는 남자〉, 2018.

〈등을 긁고 있는 일본 주부〉, 2010.

〈고무 대야를 머리에 이고 가는 아주머니들의 모습〉, 2023.

레지나 호세 갈린도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2003.

〈사람들의 강〉, 2021-2022.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 2023.

리슨투더시티

〈거리의 질감〉, 2023.

리 카이 청

〈저 너머 텅 빈 땅〉, 2022.

〈지상지하〉, 2023.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울라이 

〈연인, 만리장성 걷기〉, 1988/2010.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

〈발자취를 쫒다〉, 2023.

이창운

〈공간지도〉, 2023.

프란시스 알리스

〈실천의 모순 1 (가끔은 무엇인가를 만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997.

〈실천의 모순 5: 우리는 사는 대로 꿈꾸곤 한다 & 우리는 꿈꾸는 대로 살곤 한다〉, 2013 .

〈국경 장벽 유형학: 사례 #1부터 #23까지〉, 2019-2021.

박고은

〈글자를 입은 소리들이 모인 지도〉, 2023.

새로운 질서 그 후

〈그 후 시티 〉, 2023.

〈둘러보기〉,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