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헤매기

강동주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 2023.

드로잉, 종이에 콜드 왁스 미디엄, 흑연가루, 70.5×104cm (1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작가 제공.

강동주는 장소와의 관계 맺음에 주목하여 작가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의 감각적 자취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회화로 기록해왔다.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은 한강의 유속에 관한 드로잉이다. 오늘날 수많은 도시민이 산책하고 달리는 한강은 도시 개발이라는 인공적인 과정의 산물이다. 작가는 그 대척점에서 한강의 자연적인 흐름에 따른 밤섬의 회복을 발견한다. 밤섬은 1960년대 여의도 개발 과정에서 하구를 넓혀 강의 범람을 막고 제방을 쌓기 위한 석재를 확보한다는 목적 아래 폭파되어 사라진 수많은 섬들 중 하나다. 그러나 수십 년 후 밤섬은 수면 아래 남아 있던 암반층에 흙과 모래가 쌓이면서 놀랍게도 6배나 넓어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고, 이윽고 갈대와 버드나무가 싹을 틔우고 물새들이 머물기 시작했다. 작가는 이렇듯 개발의 역사 뒤편에서 묵묵히 존재해왔던, 회복과 저항의 근원으로서 강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 작업은 밤의 한강을 촬영한 영상 중, 강물의 흐름을 따라 수면에 비친 도시의 빛이 한편에서 영상 프레임 바깥 저편까지 옅게 퍼지던 48초의 시간을 담은 회화다. 작품은 48초의 영상을 1초 단위로 분절하고, 빛의 흐름을 48번에 걸쳐 하나의 지면에 축적한 결과로서 나타난다. 이 흐름의 기록은 한강변에서의 자유로운 보행이 자연과 인공적 개발 사이의 대결 위에 존재하듯, 우리가 걷게 될 장소 또한 끝없는 긴장과 변화 속에 존재할 것임을 상기시킨다.

쉬운 글 해설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

*유동 : 액체가 흐르고 움직임

  • 작가 이름 강동주
  • 만든 때 2023년
  • 만든 방법 드로잉*
    *드로잉 : 선으로 그린 그림
  • 작품 재료 종이, 콜드 왁스 미디엄**, 흑연*** 가루
    **콜드 왁스 미디엄 : 유화 물감보다 두껍고 광택이 적은 물감
    ***흑연 : 연필심의 재료로 사용되는 암석
  • 작품 크기 세로 70.5센티미터(cm) 가로 104센티미터(cm) 12개 작품의 크기가 같습니다.
  • 이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은 한강의 흐름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한강은 복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산책하고 달리거나 쉴 때 찾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강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960년대쯤 도시를 개발시키면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자연은 사람들이 바꾸어버린 것을 다시 회복시킵니다. ‘밤섬’이 그런 예시입니다. 한강 개발 때문에 사라졌던 밤섬은 수십 년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 아래 남아있던 바위에 강이 흘려 보낸 흙과 모래가 서서히 쌓여갔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밤섬에는 갈대와 버드나무가 싹을 틔우고 물새들이 돌아왔습니다. 작가는 돌아온 밤섬의 모습에서 강의 흐름이 가진 힘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파괴한 것을 회복시키는 힘을 말이죠. 그리고 이 흐름을 그림에 담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한강을 촬영한 48초의 영상을 1초씩 나누었습니다. 그런 뒤에 48개의 한강 모습을 종이 위에 그림으로 차곡차곡 새겨 넣었습니다.
작가는 앞으로 우리가 걷게 될 장소도 이처럼 변화와 긴장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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