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K
1980년 한국 출생
〈편집된 산수(H씨의 도시락) 1, 2〉, 2020 .
한지에 수묵 채색
각 131x162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작가 제공
하루.K는 전통 산수화의 사생의 개념을 현대의 기록과 수집을 통한 편집으로 치환하여 전통 한국화의 변화를 도모한다. 이를 통해 정신적 이상향을 담는 고전의 산수화가 아닌 정신과 물질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현대의 산수화를 보여 준다. 최근에는 평면뿐 아니라 경계를 다양하게 넘나들며 현대의 시대 감성을 산수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12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3년 신세계미술상을 수상했고, 의재문화재단과 광주시립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편집된 산수(H씨의 도시락) 1, 2
1980년생인 나에게 도시락을 싼다는 말은 묘한 설렘을 지니고 있다. 이는 어릴 적 소풍에 대한 추억에서 시작된다. 함께하고 싶은 누군가와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기대감은 전날부터 준비해야하는 도시락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음식을 준비하면서 그 두근거림은 더 증폭되곤 하였다. 대략 1990년대 중후반쯤 도시락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져 갔다. 아마도 편의점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시기였을 것이다. 도시락은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되었고, 싸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으로 변화했다. 이는 추억을 만드는 존재보다 실용적인 식사의 기능을 의미한다. 2020년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사람이 함께 먹던 식사 분위기는, 각자 투명 아크릴이라는 성벽을 치고 침묵을 강요당한 채 오롯이 개개인의 허기를 달래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또한 식당 출입에 대한 부담감은 많은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유명 명승고적을 찾던 소풍은 사람이 더 적은 깊은 산속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이번 전시작 편집된 산수(H씨의 도시락) 1, 2에는 이런 변화된 도시락의 의미들이 함께 담겨 있다. 1980년에 태어난 평범한 회사원 H씨라는 가상의 인물이 인파를 피해 조촐하게 자연으로 떠난다는 설정을 하고, H씨의 자연 속 새로운 일상을 편의점 도시락에 담아 보고자 하였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우리 세대의 도시락에는 추억, 편의 그리고 생존이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