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정
1986/서울
〈끝섬(VER.2)〉, 2022.
2022, 디지털 3D 애니메이션, 프로젝션 매핑, 컬러, 사운드, 가변크기,
8분 41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작가 소장. 편집 및 제작: 정혜정, 음악, 사운드: 조은희, 블루벅 애니메이션: 안지혁, 타이틀 디자인: 박도환.
1986년 서울 출생, 서울에서 활동. 정혜정은 지구의 다른 유기체들과의 공생, 비거니즘, 에코페미니즘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연과 미디어, 인간과 비인간, 유기물과 무기물로 분리되던 개념들을 횡단한다. 다종다양한 세계가 얽히고 변화하는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주체들을 사변적 우화의 방법으로 작품에 끌어들인다. 드로잉, 영상, 설치, 글, 상황 개입 등을 통해 기존 세계의 법칙을 뒤흔드는 작업을 이어가며 최근에는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토대로 가상현실 환경 내 작품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2016년 겨울》(탈영역우정국, 2016)을 비롯해 5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트러블 트래블》(페리지갤러리, 2022), 《플라스틱 러브》(KT&G상상마당, 2019), 《원더시티》(세화미술관, 2018)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인천문화재단, 아르코아카이브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끝섬(VER.2)>
<끝섬(VER.2)>은 멸종된 동물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인간-존재인 작가는 비인간-존재가‘되기’를 상상하며 자신의 신체를 멸종 동물의 신체와 결합한 하이브리드로 만들어, 이 존재들이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감각하는지를 느껴본다. 외딴 섬은 자연이 만든 감옥이다. 넘을 수 없는 단조로운 바다의 벽에 둘러싸인 그곳은 본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끝섬>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이미 멸종된 동물들―모리셔스 파랑비둘기, 파란영양, 돼지발반디쿠트, 모아, 와이마누펭귄, 스텔라바다소, 여행비둘기, 독도강치, 판타섬땅거북, 아즈에로거미원숭이―과 반딧불이 같은 멸종 위기종, 눈알해파리라는 상상의 생물이 거주한다. 인간 세계의 시스템을 구동·유지시키기 위해 건설되었다가 버려진 사물들도 곳곳에 등장한다. 이들은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타자화된 섬 공간을 공유 지대로 삼아 머무르며 각기 다른 감각을 활용하여 섬과 세계를 인식한다.작가는 이들이 감각하는 시·공간을 상상하고 하이브리드가 되어보려 한다. 섬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다른 살아있는 세계들을 인식하는 순간에 짧게 교차한다.점을 만든다. 화면은 한 존재의 시선에서 다른 존재의 시선으로 릴레이 처럼 연결되고, 땅 아래 웜 홀과 같은 구멍으로 미끄러지며 감각적, 심리적 공간을 통과한다. 결국 섬 위로 물이 점점 차오르다가, 모두가 물속에 잠기며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