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우

〈너 죽인다〉, 2022.

복합재료 설치, 2채널 비디오, 700×500×500cm, 20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작가 제공

〈8&8〉, 2018.

2018, 다채널 영상 설치, 가변 크기, 2분, 작가 제공

정명우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시각예술의 매체와 조건을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통해 탐구하는 한편, 기술과 예술의 결합에 관심을 가지고 3D 가상공간, 페이크 텍스처 등의 기술적 도구를 작업에 활용해왔다. 〈너 죽인다〉에서 스티로폼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구현된 무대와 함께 설치된 영상은 ‘비틀린 자’들의 출현으로 초소에 고립된 전 남한 병사와 북한 병사가 나누는 대화를 보여준다. 경계근무의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점차 극단으로 치달아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좀비물의 클리셰에 기초한 〈너 죽인다〉의 서사는 친밀한 사람들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 그리고 전염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격리 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연상시킨다. 나아가 이 이야기에서 가까운 사람이 순식간에 죽여 마땅한 비체(非體,abject)로 전락하는 상황은 남북관계 이념 갈등에 의한 혐오와 적대라는 사회상을 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