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란

〈술루 이야기〉, 2005.

디지털 C 프린트
61×61cm (9), 61×183cm (3), 61×122cm

이 이란은 사진매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군도의 격동하는 역사와 관련된 작품을 제작해왔다. 그의 작품은 식민주의·신식민주의적 쟁점·권력·사회적 경험에 대한 역사적 기억의 영향력 등을 다룬다. 각별히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가진 대항적 서사의 힘에 초점을 맞춘다. 역사적 대상·대중문화·아카이브·일상적 오브제로부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시각적 언어를 끌어낸다.
〈술루 이야기〉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사이에 존재하며 오늘날까지도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술루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다. 본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술탄 술루국이 지배하던 이 바다는 오늘날 영토분쟁의 씨앗이 된 유럽 식민지 개척자들의 지배를 거쳐 반정부세력과 무장단체의 거점이 되었다. 이러한 갈등의 핵심이 되는 지역, 사바주에서 태어난 작가가 술루해의 기억과 역사를 다루는 것은 필연적이다. 작가는 술루해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한편, 도서관과 박물관,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기록들과 작가의 기억을 결합하여 이미지를 구성했다. 바다는 해적·노예·아편·태풍·난파선·술탄 등 술루해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의 배경이자 각각의 디오라마를 담는 그릇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