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숙

1976/한국

〈보이는 보이드〉, 2021.

혼합 매체
혼합 재료, 비닐, 종, 매직 미러
가변 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작가 제공

홍익대학교에서 조소과를, 그리고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후, 일상의 경험, 장소 기억, 인식의 변화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전작에서는 소용을 다하고 버려진 일상적 오브제를 통해 개인의 기억을 특정 사건과 결합하여 사회적 문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었다. 최근 전시 《Vanished Landscape_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안개는 없었다》(김희수아트센터 아트갤러리, 수림문화재단, 서울, 2020), 《Running stage_공간 그리고 그 장소》(매향리 스튜디오, 화성, 2020), 《몸 소리 문》(호랑가시나무창작소, 광주, 2020) 등에서 선보인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와 다수의 개인전에서, 그 관심사는 사적 공간에서 공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장소가 보여 주는 건축적 공간과 축적된 개인사적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영상, 조각, 공간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회 현상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삶에 대한 공감각적인 서사 구조를 만들어 내는 장소 특정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연숙은 《메이투데이》(구 국군광주병원, 광주 비엔날레, 2021) 등에서 전시하였고, ZK/U 레지던시(베를린, 2019),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작공간 네트워크 레지던시(광주, 2018),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대구, 2018) 등에 참여하였다.

<보이는 보이드>
본다, 볼 수 있다, 볼 수밖에 없다.
보인다 보일 수 있다 보일 수밖에 없다.

“딸랑 따알랑…”
오직 방울 소리만 들린다. 어둠을 가르는 방울 소리.
나비(키우던 고양이)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아무것도 입지 않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멋진 옷을 입고 당당하게 서 있는 벌거숭이 임금님을 본 아이의 말이다.

방울 소리가 나면 나비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던 기억과, 눈에 보이지 않는 멋진 옷의 벌거숭이 임금님 동화에서 존재와 믿음에 대한 단어를 떠올렸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얻은 다채널의 감각을 믿고 세상을 바라본다. 과학 기술은 편리함을 담보로, 우리의 물리적 이동은 물론 생각의 영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시선’과 나의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공기의 흐름 등 비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인 것의 경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즉 우리의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물질과 비물질 혹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빛, 그림자, 소리 장치와 반투명 비닐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팬데믹 상황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고, 다르게 또 직면할지 모를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경험의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 공간은 건축 설계의 보이드 스페이스(void space, 허공)를 표시하는 X자 형태의 유연한 벽으로 관람객의 존재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며 동시에 커튼 아래 달린 종소리는 그 존재를 한 번 더 확인시켜 준다.
무심코 바라본 맞은편 지하철 승객들. 모두의 눈은 스마트폰에 사로잡혀 있지만, 즐거움의 대가로 모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노출된 ‘사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스크리닝되고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며, 나의 생각을 굉장히 부드럽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스크리닝 미 소프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