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구
〈왕과 신하〉, 1999.
채색 자기, 200×150×100cm,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소장품, 작가 제공
〈안식일의 기억〉, 1999.
도자판, 91×45cm,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소장품, 작가제공
여선구는 광범위한 상징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이루어진 표현주의적 인물 도자 조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재미 이주예술가로서 작가의 이력을 반증하듯 동양의 신화적 존재와 서구 대중문화 이미지를 넘나드는 혼성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도상들이 뒤엉켜 구성하는 부조리극의 형식을 빌려오기 때문에 사회·정치적 비평으로도 작동한다. 예컨대 광대 위에 올라탄 왕을 보여주는 거대한 도자 조각 〈왕과 광대〉는 계급갈등 또는 억압의 문제를 상징한다. 프랑스 혁명을 야기한 사회적 모순을 요약한 역사적 이미지는 <왕과 광대>에서 해골, 이빨을 드러낸 피라냐, 용 또는 해태를 연상시키는 신화적 동물과 함께 그로테스크함을 극대화한 채 재생산된다. 〈안식일의 기억〉은 작가의 무의식에 묻혀 있던 일상과 상상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여섯 개의 장면 속에서 동·서양의 종교와 설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내면의 갈등과 이상향의 모습을 혼재된 상태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