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아롱
1986/서울
〈움직임의 징후〉, 2022.
철, 콘크리트, 스테인리스 스틸, UV인쇄, 가변크기.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제작지원. 작가 소장.
1986년 서울 출생, 서울에서 활동. 엄아롱은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 유리 파편, 낡은 가구, 일회용품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거지를 옮기는 경험을 하며 도시 환경에서 쉽게 소비되고 잊히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거주하던 보금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물건들 가운데 사용이 가능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된 작업은 자연스럽게 주변 사물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사물의 특성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을 갖고 환경과 도시 문제,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탐구한다. 개인전 《숲이 된 사물》(스페이스선더하기, 2014)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제주비엔날레(제주도립미술관, 2017),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태화강 철새공원, 2019)를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기획전에 참여했다.
<움직임의 징후>
<움직임의 징후>는 공간, 이동, 작품의 보관과 전시 이후의 거처 등의 문제를 탐구해 온 작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강조하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인간이 그려 놓은 경계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와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은 ‘이사’의 확장된 개념인 ‘이주’,‘이동’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의미는 압축의 과정을 거쳐 조각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도심에서발견하고 수집한 소재를 작품에 활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온라인 매체 안에서 수집을 이어갔다.이 활동은 물리적 작업 공간에 수반되는 경제적 문제와 작품 활동 후 이어지는 실질적인 운영상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작가가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작품 속 콘크리트 오브제와 철 파이프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전시가 끝난 뒤에 남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움직임의 징후>는 결국 여러 가지
상황 속 생존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이다. 마치 도시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치열한 생존기와도 같다. 도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방식은 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시 집중 현상, 높은 인구 밀도, 각종 도시 문제, 그리고 지구 환경 변화가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