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베 켄지

1965/일본

〈함재묘(항해)〉, 2022.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 섬유 강화 플라스틱, 아크릴, LED
조명, 300×120×380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작가 소장.

1965년 출생, 오사카에서 활동. 핵으로 인한 홀로코스트 이후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장비라는설정을 따른 낙관적이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초부터 ‘현대 사회의 서바이벌’을 주제로 실제 기능이 있는 기계 조각을 제작했다. 1997년부터는 체르노빌 등의 지역을 방문하는 <아톰 슈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거대한 어린이 형상의 조각 를 제작해 국내외를 순회했다. 2017년에는 여행을 지켜보는 고양이 조각상 <함재묘(艦在猫)> 시리즈 제작을 시작했다.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하이파 미술관, 후쿠시마 현대미술비엔날레(2012)를 비롯해 미국, 유럽,일본 등 여러 곳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09년 오사카문화상을 수상했고, 프랑스국립현대미술재단(FNAC),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히로시마시 현대미술관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울트라팩토리의 디렉터이다.

함재묘(항해)
<함재묘(항해)>은 대항해 시대에 인간과 함께 배를 타고 세계를 여행했던 고양이 함재묘에서 착안하여, 여행에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각이다. 우주복이나 잠수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우주나 바다 속과 같은 미래 여행을 지켜본다. 오래 전부터 함재묘는 쥐 등병을 옮기는 동물로부터 화물과 선체를 지키고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배에 태웠다. 긴 항해 속 선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음의 벗으로서 마스코트와 같이 여겨졌고, 날씨 등 미래를 예측하거나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수호신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 쓰인 주홍색은 시인성이 높아 항공 안전을 위해 높은 탑이나 우주복에 사용되며 해양 안전을 위해 다
리에도 사용되고 있다. 또 절, 신사, 선체에는 예전부터 녹, 부패 방지를 위해 주홍색이 사용되었다. 여기에는 잡귀를 쫓는 ‘부적’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작품에서 부적은 잡귀를 물리친다기 보다, 자연과 인간,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쫓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생태계를 과도하게 침범하면 기후변화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인간의 싸움도 양측을 파멸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작가는 불온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처럼 불온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공생하며 여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재묘(항해)>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