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키
〈무의식의 원형 〉, 2022.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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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빠키(Vakki)는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 그리고 정해진 궤도에 따라 사물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존재의 생성과 소멸, 순환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빠키의 작품은 작가 고유의 발랄한 시각언어로 매만진 기하학적 요소들의 유쾌한 리듬이 특징적이다.
〈무의식의 원형〉은 기하학적인 조형요소를 반복하고 재조합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작가 고유의 방법론을 적용해 물의 속성을 표현한 키네틱 설치작품이다. 본 작품의 구상에서 작가는 특별히 물의 유동성과 순환성에 주목했다. 끊임없이 흐르고 순환하는 과정 속에서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고 조건에 따라 안개, 이슬, 비, 구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물의 속성은 기본 형태의 반복에서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의 문제의식과도 연결점이 있다. 조명을 받으며 움직이는 구조물은 햇빛이 비쳐 반짝거리는 수면을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나아가 〈무의식의 원형〉의 주요한 구성요소로 사용되는 동그라미 형태는 물의 순환성을 형태적으로 가시화할뿐 아니라, 융이 말하는 근원적인 무의식의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으로서 사용된다. 그리하여 작가는 원형의 형상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한편 작품을 태곳적부터 전해져 온 이미지와 연결하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