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아

〈핵 좀비들 속에서 살아남기〉, 2022.

광목천에 아크릴, 1320×670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작가 제공

방정아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민중미술의 전통과 여성주의적인 문제의식 아래 회화적 실천을 이어왔다. 전시장 출구에 자리 잡은 네 폭의 대형 걸개그림 〈핵 좀비들 속에서 살아남기〉는 폐허와도 같은 풍경 속 등신대를 훌쩍 넘어서는 좀비들로 가득하다. 탈핵운동가로서 각별히 탈핵운동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계속해온 작가에게 좀비는 핵에너지 사용이 초래하는 위험과 폐기물 처리 등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핵에너지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혹은 핵에너지로 인해 오염된 존재들을 표상한다. 동시에 작가는 좀비 군상 사이에 생존자들을 숨겨두고 관객들이 살아남은 이들을 발견해내기를 기대한다. 걸개그림 사이로 난 통로를 드나들며 좀비와 인간이 뒤엉킨 장면 속에 자리할 때 관객은 자연스럽게 핵에너지 사용에 관한 작가의 질문에 동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