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현

〈단지 좀비 일뿐〉, 2022.

애니메이션 컬러 영상, 사운드, 8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작가 제공

문소현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톱 애니메이션과 인형극의 형식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트라우마·폭력·불안·욕망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단지 좀비 일뿐〉은 죽음과 불완전한 부활, 치명적인 전염성, 파괴된 신체, 무자비한 집단성 등 섬뜩하고 괴이한 존재로 여겨지는 좀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작가는 좀비의 핵심이 배고픔이라는 단순명료한 욕망이라고 본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한다는 강박과 어느새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을 자아내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벗어나, 마치 좀비처럼 강렬하고 뚜렷한 방향성을 지닐 수 있다면 더 행복하지 않을지 상상해본다. 오히려 좀비 상태에서 발견될 수 있는 행복하고 평등한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상상은,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져 그간 좀비에 부여된 폭력성과 공포에 대한 감각을 현대사회의 우리에게로 방향 전환시키며, 우리 사회의 현실과 좀비라는 존재에 대한 재인식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