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토
〈띠르따 페르위타사리〉, 2022.
벽에 목탄, 카본 안료
300×1826.9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마리안토는 전통 풍경화의 낭만적 언어를 거부하고 기술발전, 산업화, 토지오염 및 천연자원 착취에 내재된 식민지 개척자와 자본주의자의 충동을 다루는 상징적인 흑백의 회화, 드로잉, 설치 작품을 제작해 왔다. 〈띠르따 페르위타사리(Tirta Perwitasari)〉는 작가의 거주지 인근, 활화산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성스러운 샘이 존재하는 자바섬의 풍경을 담고 있다. 작품 제목 〈띠르따 페르위타사리〉는 생명의 물, 맑고 신성한 물의 정수를 뜻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전통적인 자바문화에 담긴 자연 존중과 보호의 가치를 환기하고, 그것이 오늘날의 위기에 어떤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자바인들은 산과 숲을 초자연적인 힘이 깃든 영적 공간으로 존중해왔다. 우물, 강, 호수, 바다 등 물과 수원을 뜻하는 단어 ‘파티르탄’(Patirtan)에는 삶의 근본이라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물을 사용하여 몸과 영혼을 정화하는 목욕의식 ‘시라만’(siraman), 풍요로운 자연을 선물해 준 우주에 감사를 전하는 전통의식 ‘메르티 데사’(Merti Desa) 등의 전통의식은 수원의 가치에 대한 자바인의 이해를 보여준다. 이런 전통관념은 자바인들이 무분별한 수자원 사용이나 지나친 벌목 또는 천연자원 채취를 제한하는 규칙을 만드는 근거로 작동한다. 작가는 자바섬의 풍경과 지역의 전통적 지혜를 함께 소개하며, 바로 그 지혜를 가꾸고 후세에 전달하는 일이 자연과 환경을 돌보고 존중하기 위한 실천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