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경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 〉, 2018.
4K 단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사운드, 거울
5분 56초
리경은 빛이라는 비물질적 매체를 활용하여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설치작품을 선보여 왔다. 빛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피상적인 물질세계를 넘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에 맞닿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의 천지연폭포를 빛과 사운드라는 매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하늘에서 내린 비와 땅에서 솟아오른 물이 만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물줄기 아래 끝없이 깊게 펼쳐지는 연못이 자리한 천지연폭포의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구조는 작가가 작품화를 결정한 계기로 작동했다. 선명하게 빛나면서 하강하는 물방울 이미지와 극대화된 사운드로 전시공간에 구현된 폭포의 비경은 벽면과 바닥을 통해 반사되면서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이렇듯 무한히 전개되는 폭포의 이미지에서는 모든 것이 흐른다는 ‘만물유전’ (萬物流轉, Panta Rhei)의 법칙이 드러난다. 한편 본 작품의 제목은 백남준이 1977년 발표한 LP인 「My Jubilee ist Unverhemmet」의 제목에서 비롯된바, 유연하고 강인하게 흘러내리는 폭포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백남준이 강조하던 삶과 환희를 지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