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지로
1994/서울
〈고사리 걸음〉,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2분. 국립아시아문화 전당 제작지원. 작가 소장. 안무: 이재은, 식물 알고리즘 모델링: 정연태, 사운드: 최영.
〈입체 프레파라트〉, 2022.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작가 소장. 안무: 이재은, 식물 알고리즘 모델링: 정연태, 사운드: 최영.
1994년 출생, 서울에서 활동. 시각디자인과 조소를 공부했고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공상과학이 매일 현실을 전복하는 시대의 당사자로서 현실에서 단일 생물을 조직하는 단위를 주관적인 감상을 통해 재구성하고 가상현실에서 배양시키는 논리적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디지털 3D 영상을 활용하여 해부생리학적 측면에서 데이터와 생물의 유사성을 탐구한다. 현실과 가상의 물질/비물질이 각기 다른 환경/인터페이스에서 작동하고 생장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실존하는 듯하지만 닿을 수 없는 영역의 풍경들을 수집한다. 개인전 《Sneak Peek (deskdesk.kr, 2021)을 발표했고, 《새일꾼 1948-2020》(일민미술관,2020), 《OH DEAR Co.》(CoSMo40,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웹 공연 《QuarantineEtudes》(etude.kr, 2020)의 3D그래픽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AR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며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고사리 걸음>
“자신의 역사를 복제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시간을 고요히 훑으며 음지에 녹광을 내비치는 자! 같은 행성의 생명체이면서도 인류 이전부터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양치식물을 향한 경외심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붉은 잎맥과 푸른 혈관이 지나간 표피, 흐르는 햇빛을 마시고 내뿜는 호흡…. 양치식물은 인류의 유전자가 겪은 적 없는 그들의 하늘을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전령이다. 빛의 방향, 습도, 천적의 모습까지 함축하고 있는 모습은 시대의 알고리즘을 반영한 완성된 개체이자 당시의 유전 정보를 응축한 포자이다.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생체 메커니즘을 경제적으로 수정하는 식물들은 ‘자연’의 대명사인 동시에 냉정하고 단호한 ‘프로그램’과
도 다를 바 없다.” 작가는 고사리의 자기복제성과 무성아 번식에 호기심을 느끼며, 고사리의 형태적 특질을 3D 프로그램이라는 가상의 인큐베이터에서 배양하고 인간 몸짓의 궤적을 입혀 발아시킨다. 작품에서 인간은 포자를 위한 배지가 되고,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다른 생물종이 가진 각기 다른 타임라인의 충돌은 하이브리드를 낳는다. 이것은 인류세 이후 대지에 새롭게 나타날 생명체에 대한 배양 실험이자, 종의 경계와 역사가 모호해진 세계에 대한 관찰이다.
<입체 프레파라트>
<입체 프레파라트>는 원시 고사리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전개된 작업 <고사리 걸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ACC 미디어월에 투사되었던 유기적 존재에 또 다른 공간적 서사를 부여하여, <고사리 걸음>에서 배양한 유기체를 가상의 디지털 테라리엄에 이식한다. 작가는 지하부와 지상부에 걸쳐 정보와 이미지가 방출되는 조형물의 특징을 토양에 뿌리내려 생장하는 식물의 구조와 병치시킨다. 이로써 지하와 지상을 오가며 구조물을 체험하는 관객은 지상부에 위치한 유기체로 전달되는 영양 물질의 역할을 하게된다. 순환과 성장을 거듭 반복하며 진행되는 역사 위에서 인류와 자연이 공동체가 되어 이룩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 생태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