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아
1983/한국
〈아홉 개의 검은 구멍, 숨소리〉, 2021.
종이에 잉크, 600 × 230 cm
김설아의 {아홉 개의 검은 구멍, 숨소리}는 ‘징후, 소문, 흉흉, 무너진 음성, 숨소리, 분열’로 이루어진 ‘아홉개의 검은 구멍’ 연작 중 하나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비인간인 생명체는 작가가 대규모 화학 단지로 인해 터전을 떠나 여러 도시에 머물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황폐한 공간에서 마주한 곰팡이, 벌레, 재, 미생물처럼 이곳저곳을 부유하는 연약한 존재들을 발견하고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작가는 그 웅크리고 상처받고 고통 속에서 말라가는 존재들의 분비물들이 내부와 외부를 오가는 모습이 마치 힌두교와 불교에서 인간의 몸을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도시이자 상처로 여겼던 것을 떠올렸으며, 땅 위의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순환되는 존재들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인간 몸의 연약한 구멍들과 미물이라 여기는 존재들을 연결하여 상징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모든 존재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맺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